나들이를 좋아하는 편임에도 요즘 코로나 시국 때문에 갈만한 곳이 없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붐비기 마련이고, 한풀 꺾이나 싶다가도 확진자가 늘어나는 통에, 뭔가 계속 집에만 머물게 되었다. 계속 집콕만 하며 배달음식만 시켜먹기에도 너무 지루해,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나 다녀오자고 해서 훌쩍 떠난 곳이 바로 경주의 황리단길이다. 곳곳에 있는 고분들을 지나쳐 주차를 하고, 황리단길로 들어섰다.
황리단길(도보코스)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80(황남동 280)
원래는 사진찍으러도 많이 가고, 맛있는 음식점이나 카페들이 밀집해 있어서, 드라이브 삼아 쓱 왔다가 올때마다 다른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곳인데, 너무 추워서 예쁜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고, 그냥 저녁 식사 하고, 한바퀴 산책을 하고 떠났다.
일단 배가 고파서 식사부터 먼저 하려고 황리단길의 유명 일식당인 황남가에 들렀다.
야끼니꾸 정식과 돈까스 정식을 맛있게 하는 집인데, 여긴 별도의 포스팅으로 기록을 남겼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조 바란다.
든든한 식사를 마치고 또 추운 겨울 산책길을 나섰다. 추워도 거리 이곳 저곳을 구경하며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정말 다양한 카페들이 많아서 눈요기가 되었는데, 나중에 카페를 하나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골목길을 걷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는 곳을 발견하고, 뭔가 싶어서 간판을 봤다.
오, 십원짜리 모양의 빵을 만들어 파나보다. 맛있어보였다.
- 상호 : 황금십원빵(베이커리)
- 전화번호 : 010-4034-9981
- 주소 : 경북 경주시 사정로 58(사정동 124-1)
- 영업시간 : 평일 10:00~21:00
이런 건 또 먹어줘야 한다.
제주축협의 치즈와 제주 메밀, 치즈크림, 오징어를 섞어 만드는 빵이란다.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1966년도 10원짜리 주화를 본떠 만들었다. 1966년짜리 10원짜리는 30만원에 거래된다던데, 아마 그래서 하필이면 1966년 동전을 본뜨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비주얼은 흡사 거대한 십원짜리 동전 같은데, 반죽이 폭신하고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맛이었다. 크림치즈와 오징어가 아닌, 슈크림이나 팥과 땅콩을 넣어서 붕어빵 맛으로 빵을 만들었으면 더 맛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빵을 씹어먹으면서 산책을 했다. 추운데 따뜻한 빵을 먹으며 걸어서 조금 나았다. 콧물이 줄줄 나는 날씨였다.
어딜가나 예쁜 카페들이 많았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즐비한 대구 도심이 익숙하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고유의 브랜드 카페들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 고유의 브랜드로 카페를 런칭하고 싶다는 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뭔가 한옥과 현대식 건축이 어우러진 퓨전 느낌의 공간들이 많았다. 한옥의 따뜻한 느낌과, 현대 건축의 세련된 느낌이 잘 조화가 되어있었다.
다방 컨셉을 가진 카페도 있었다. 뭐 우리나라 카페의 역사는 다방으로부터 시작된 거니까, 다방 문화도 한 번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해보니까 다방이란 곳에 들러 제대로 차 한잔을 해보지 못했네.
돈까스집들이 특히나 많았다. 경양식이 거리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유독 줄이 많이 서있었던 카페.
낭만적인 커피 가게,
요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얼어붙은 경기 때문인지, 원래 이렇게 상가의 드나듦이 많은 거리인지, 곳곳에 이렇게 한옥의 뼈대만 남아 '임대'현수막을 붙여놓은 집들이 많았다. 원래라면 사람들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비는 거리였는데, 거리가 꽤나 한산했다. 손 시려워가며 카페와 식당이 즐비한 예쁜 골목을 산책한 후, 경주에 온 김에 바다나 한 번 보고 가기로 했다.
구 오류해수욕장, 현 오류 고아라해변에 도착했다.
- 054-7745-6701
- 경북 경주시 감포읍
해변의 이름이 고아라 해변이라길래, 혹시 응사에 출연한 미녀배우 고아라님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싶어 찾아봤지만, 그런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아시는 분들은 댓글을 부탁드린다.
밤바다는 정말 아득했다. 대교가 지나가고 조명이 밝은 부산의 바다와는 달리, 저 먼 동쪽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새카만 어둠이 끝이 없었다.
이 추운 날,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뭔가 정말 따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들어 불멍, 캠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추운 날 따뜻한 불을 피우고, 바람을 막을 텐트 하나로 노지에서 숙박을 한다는 게 너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여유가 되는대로 글램핑, 캠핑에 발을 들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간만에, 대구를 벗어나 타지로 드라이브를 다녀와 조금 환기가 되었다. 늘 환경을 바꾸어 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환경에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기분 좋은 나들이였다. 얼른 이 시국이 끝나서, 가게도 마음껏 돌아다니고 시간제한 없이 술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들, 힘을 내어 이 시국을 극복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