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청도

[부캐너 125]나홀로 바이크여행, 청도 와인터널을 다녀오다.

워럭맨2 2021. 4. 1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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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어딘가에서 바이크 홀로 외로이

 최근 이직을 했다. 익숙하던 직장에서의 탈출과 새로운 도전, 친하던 사람들과 작별하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하느라 아직은 정신이 좀 없다. 한창 바쁘다가 퇴근할 때 쯤이면 이런 저런 생각이 스멀스멀 들곤 했다. 그래도 출퇴근길 익숙하던 풍경이 변하면서 드는 낯선 기분을 좀 즐기는 중인데, 이럴 때 차가 아닌 오토바이로 통근을 하는 게 마음에 든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저 목적지를 가기 위한 교통수단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닌, 오토바이 그 자체를 타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퇴근길 급하지 않게끔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거의 다 져가는 벚꽃나무 아래 부캐너 125

 청도는 길이 예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맛이 난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는 놓쳐버리고, 꽃이 거의 다 질 무렵의 벚꽃 나무길을 지나게 되어 그 아래 오토바이를 세우고 사진을 한장 찍을 수 있었다. 꽃이 지더라도 새로운 초록 잎사귀가 돋아나겠지. 

한적한 지방도 위의 부캐너125

 교통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기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출퇴근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는데, 조금 익숙해지니 청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생각난 곳이 바로 와인터널이다. 몇 번 가본 적은 있지만, 매번 차를 타고 가서 와인 한잔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했던 것 같아서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뭐 그래봤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니까 술은 못 마실 것 같긴 한데, 분위기 좋고 하면 한 병 사올 수도 있고 말이다. 

다로길 다로리~

 띠로리~ 가 생각나서 그냥 찍어봤다. 청도에서 대구 경산 방면 25번 국도에서, 좌측에 청도 용암온천이 보일 때 쯤, 우측의 청도 원탕으로 들어가는 우측 차선으로 출차하여 터널 뚫리기 전에 다니던 굽이진 구길을 따라 달리면 된다.

구길은 차가 정말 적다.

 시원하게 뻥 뚫린 25번 국도와 달리 옆으로 빠져나온 지방도는 경사도 있고, 커브길도 많아서 고속주행은 힘들었지만, 천천히 경치를 보며 가기에는 정말 좋은 코스였다. 굽이굽이 친 커브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사진 촬영은 많이 하지 못했다. 저 구길로 조금 달리다 보면, 좌측에 와인터널 가는 길의 이정표가 보인다. 따라 들어갔다.

청도 와인터널

 짠, 한때는 무거운 철마가 지나간 자리지만, 지금은 쓰지 않는 철길. 그 끝에 와인터널이 있다.

- 와인터널(관람, 체험)

- 전화번호 : 054-371-1904

- 주소 :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금길 100(송금리 산121)

- 영업시간 : 평일 09:30~18:00, 마스크, 방명록 필수

- 완공 : 1904년(1896~1904)

- 길이 : 1015m

- 폭 : 4.2m

- 높이 : 5.3m


와인터널을 바라보고 있는 부캐너

  이런, 영업시간 같은 게 있다고 생각을 왜 못했을까? 와인터널은 퇴근 후 나들이를 하러 오기에는 너무 일찍인 오후 6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했다. 아쉬웠다.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1905년에 개통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다. 옛 경부선이 지나던 열차 터널을 정비하여 2006년 3월에 개장했다고 한다. '와인 터널'로 명명하여 현재 와인 숙성고로 활용을 하고 있단다. 안에 들어가면 직접 와인 시음도 하고, 사올 수도 있는데, 들어가지 못해서 아쉬웠다.

꿈이 숙성되는 와인터널

 큰 와인병 모양의 조형물을 터널 입구에 세워놓았다. 이 터널은 15℃의 온도와 6~70%의  습도가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고, 다량의 음이온이 어우러진 와인 숙성에 있어서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예전 와인터널에 들어갔을 때, 내부가 시원하고 약간 습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청도군 관광 안내도

 청도에 이렇게 가볼만한 곳이 많다고 한다. 청도 소싸움경기장은 내 친구들이 건설할 때 노가다 알바를 했던 곳이라 기억이 나고, 용암온천은 목욕을 하러 자주 다녔었다. 한국 코미디 타운은 있다고 듣긴 들었지만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곳이고, 청도 읍성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 부모님과 몇 번 갔었다. 갈 곳이 많구나 청도. 나중에 라이딩 삼아 한군데씩 다 가봐야겠다.

 

근처에 절도 있다고 한다.

 근처에 절도 있다고 한다. "정숙하시요"라니, 스님 "맞춤법 공부 하시요"

 

평일 오후 6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기껏 찾아왔는데, 터널 안을 구경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덩그러니 서있는 부캐너가 외로워 보인다. 도심에서는 잦은 변속으로 상당히 귀찮은 매뉴얼 바이크인데, 요즘은 뻥 뚫린 국도를 달리다 보니 최고 속도로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오토바이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된다. 뭐, 지금까지는 문제 없다.

텅 빈 상가들

 골목길 상가 사장님 두분이 나와계셨다. 요즘 코로나 여파로 와인 터널의 방문객들이 확 줄었다고 한다. 주말에는 간간이 들리는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나, 평일에는 6시 되기 전 모든 가게가 다 소등을 하는 것 같았다. 7시 되기 전에 와인터널에 도착했는데, 불이 켜진 가게가 한군데도 없었다. 마을 전체가 적막에 휩싸인듯 했다. 와인터널 관광이 마을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터널에 대한 설명

 와인터널에 대한 설명이다. 백년도 더 된 터널이라니.. 백년 전 시간여행과 추억을 담고 있는 터널이지만, 걱정되는 건 안전 문제다. 터널에 들어가면 항상 습기가 차있는데, 간혹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조금씩 스며든 습기 때문에 안전성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정말 걱정된다. 정밀한 안전진단을 통해 필요한 부분에는 보수공사를 진행하거나 해서 붕괴의 위험이 전혀 없는 천혜의 관광지로 계속해서 남아주기를 바란다.

꽉 닫힌 문
와인터널 이용 안내

 폐장 시간을 어설프게 덧붙여 수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코로나 여파로 폐장 시간을 조금 앞당긴 것이 아닐까 싶다. 평일엔 들리기가 힘들게 되었다.

 

한자
한자

추x이복, 공성천대. 처음 두번째 한자는 뭉개져있어서 못 찾았고, 두개 다 뜻은 잘 모르겠다.

텅빈 무대

 텅빈 무대 앞 벤치에 앉은 여성의 동상만이 덩그러니 있었다. 그 위로 벚꽃이 지고 있다. 이제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한 밤이 오기 전, 이 산속을 떠나야겠다. 나가는 길에 와인터널 앞에 토지를 팔길래 가격을 물어보고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그 가격에 언제 흥할지 모를 와인터널 입구 토지를 판다고..? 언젠간 여기서 카페하게 되면 손님이 좀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달릴 준비가 된 부캐너

 자, 이제 출발하자.

텅 빈 상가들

 사이드미러 너머로 보이는 뒷 하늘이 뿌옇다. 조금 더 잘 찍을 걸, 물티슈로 거울을 좀 닦아야겠다.

텅 빈 상가들

 어둑어둑해지고 있는 옛날 길,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조용하고 어두운 산길을 달렸다.

덩그러니 부캐너

 길이 참 조용하고 좋았는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서 그런가, 예전에 영업하던 휴게소나 음식점들이 다 문을 닫은 것 같았고, 공장이 몇 개 있었는데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주 독한 화학약품 냄새가 났다. 이 언덕을 넘으면, 결국 25번 국도와 합쳐지는데, 터널을 지나가느냐 굽이진 산길을 넘느냐 차이였다. 좋은 풍경과 예쁜길에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다. 공장 운영은 해야 할테지만.. 어떻게 오염이 덜 되는 방향으로 정화장치를 좀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토바이를 사서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출퇴근 길이 즐거워졌다는 점이다. 안전하고 즐겁게 오래오래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경로를 틀어도 이게 곧 여행이 될거라 생각하니, 즐겁다.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 생긴 셈이다. 장거리도 가보고 싶지만, 평일은 늘 일터에 매여있는 개미 생활이기 때문에 언제쯤 그런 짬이 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어지간한 대박을 터뜨리지 않는 이상 한달 정도 전국일주를 하는 행운을 갖게 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간 올지 모르는 그런 날을 기다리면서 현실을 지루하게 살지 말고, 마주한 현실이 조금이나마 즐겁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살도록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퇴근길 오토바이 타고 들린 어느 카페에서 찍은 부캐너

 부캐너125, 구매 후 약 두달이 지나서 800km정도를 탔는데, 꽤나 만족스럽다. 주유비도 많이 안 들고, 잔고장은 없었으며, 그 동안 엔진 오일 갈고, 체인도 약간 늘어난 걸  손보고 나니 한결 느낌이 부드러워졌다. 구체적인 첫 정비 후기는 제품사용 후기 전용 블로그(things.woruk.com)을 통해 다시 전하도록 해야겠다. 여튼, 매뉴얼 바이크라 도심에서 잦은 변속을 해야한다는 점이 조금 귀찮은 것 말고는 꽤나 만족하면서 타고 있다는 점. 뭐 꼭 이 기종을 사라는 추천은 하지 않으려 한다. 나도 고배기량이나 아예 스쿠터로 기변을 하고 싶다는 뽐뿌가 날마다 드니 말이다. 다만, 디자인 때문인지 질리지는 않는다. 

 

 여튼, 일상이 즐거워지는 경험중이다. 차로 다녔다면, 아마 국도를 타고 한번에 쭉 목적지까지 가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을 거다. 천천히 주위를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사는 요즘, 새로 바뀐 환경에 가끔 고민도 많이 들지만, 최대한 즐겁게 살기로 한다. 여러분들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금은 주위를 둘러보고 살아가셨으면 좋겠다. 평일에 와인터널은.... 가급적 일찍 가시기를 추천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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